Author: 한용운 / HAN Yong-Un
한용운(1879~1944)는 호는 만해로 더 유명한 독립운동가 겸, 승려이자 시인이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 동학농민운동에 함께 했으나 실패하자 1896년에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갔다. 그 뒤 1905년 백담사에서 승려가 되었다. 1908년 전국 사찰대표 52인의 한 사람으로 원흥사에서 원종종무원을 세운 뒤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명을 시찰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되자 중국에 가서 독립군 군관학교를 방문, 이를 격려하고 만주, 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913년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사로 일했다. 이해 범어사에 들어가 <불교대전>을 저술, 대승불교의 반야사상에 입각하여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편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1918년 서울 계동에서 월간지 <유심>을 발간,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이듬해 신간회에 가입하여 이듬해 중앙집행위원이 되어 경성지회장의 일을 맡았다. 1931년 조선불교청년회를 조선불교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바꾸고,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고 이해 월간지 <불교>를 인수, 이후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사상 고취에 힘썼다. 1935년 첫 장편소설 <흑풍>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고,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의 배후자로 검거되었다. 그 후에도 불교의 혁신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서울 성북동에서 중풍으로 죽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었다.
작품으로는 상기 작편 외에 장편소설인 <박명>이 있고, 저서로는 시집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조선불교유신론> <십현담주해> <불교대전> <불교와 고려제왕> 등이 있다. 1973년 <한용운전집> (6권)이 간행되었다.
[출처: 두산백과]
님의 침묵 ㅣ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았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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