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나도향 (NA Dohyang)
나도향(1902~1926, 소설가)는 서울 출생으로 1917년 공옥학교를 거쳐 1919년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어 할아버지 몰래 일본으로갔으나 학비가 송달되지 않아서 귀국하였다. 192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2년 현진건, 홍사용, 이상화, 박종화, 박영희 등과 함께 <백조>동인으로 참여하여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같은 해에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에 이어 11월부터 장편 <환희>를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한편, <옛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를 발표하였다. 1923년에는 <은화백동화>, <17원50전>, <행랑자식>을, 1924년에는 <자기를 찾기 전>, 1925에는 <벙어리 삼룡>, <물레방아> 등을 발표하였다. 1926에 수학(학문을 닦음)의 뜻을 품고 일본에 건너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한 후 폐병을 앓으면서 단편 <피묻은 몇 장의 편지>, <지형근>, <화염에 싸인 원한> 등을 발표하였다. 1926년 8월 26일에 사망했다. 사후에 장편 <어머니> (1939)가 출간되었다. 그는 가통(가문의 계통이나 내림)인 의술을 이으려는 조부의 고집으로 방랑과 낭만의 꿈이 짓밟혀 실연과 병과 가난 속에서 단편 20여 편과 장편 2편, 그리고 <그믐달> (1925) 등 수필 몇 편을 남기고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박과,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청춘 ㅣ 나도향
1.
안동이다. 태백의 영산이 고개를 흔들고 꼬리를 쳐 굼실굼실 기어 내리다가 머리를 처들은 영남산이 푸른 하늘 바깥에 떨어진 듯하고, 동으로는 일월산이 이리 기고 저리 뒤쳐 무협산에 공중을 바라보는 곳에 허공중천이 끊긴 듯한데, 남에는 동대의 줄기 갈라산이 펴다 남은 병풍을 드리운 듯하다.
유유히 흐르는 물이 동에서 남으로 남에서 동으로 구부렸다 펼쳤다 영남과 무협을 반 가름하여 흐르니 낙동강 웃물이요, 주왕산 검은 바위를 귀찮다는 듯이 뒤흔들며 갈라 앞을 스쳐 낙동강과 함수치니 남강이다.
옛말을 할 듯한 입 없는 영호루는 기름을 흘리는 듯한 정적 고요한 공기를 꿰뚫어 구름 바깥에 솟아 있어 낙강이 돌고 남강이 뻗치는 곳에 푸른 비단 같은 물줄기를 허리에 감았으니, 늙은 창녀의 기름 때 묻은 창백한 얼굴같이 옛날의 그윽한 핑크색 정사를 눈물 흐르는 추회(지나간 일이나 사람을 생각하여 그리워함)의 웃음으로 듣는 듯할 뿐이다.
(이후 계속)